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

에세이를 사면 주는 컵을 받기 위해 행사 상품을 보던 중에 발견해서 구매하게 된 책입니다. 이 전에 트위터에서 일본어를 잘 하는 사람이 이 책의 원서를 소개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관심이 있었어요.

여행사 과장의 그림일기로, 맛있는 것을 먹은 후 기억해 와서 그 날 일기를 쓰는 식으로 그렸다고 해요. 펜에 마카로 칠한 그림이 꽤 상세하게 그려져 있지만 취미로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솜씨인 것을 알아볼 정도의 잘 그림이라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시노다 과장은 이 일기를 23년간 썼다고 하는데, 대학 노트로 45권 분량이래요. 그 중 특별히 좋은 것을 골라 실은 책이므로 시기는 1990년부터 책이 출간된 최근까지 이어집니다. 뭐랄까, 버블기에 20대를 맞이한 사람의 여유가 느껴지는 책이라고 할까요?

교양으로는 지금 시기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경험을 쌓은 사람이 많겠지만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20대 중반에 그 정도의 음식 경험을 쌓는 것은 역시 경제적인 풍요로움이 받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음식에 대해서 기록을 남기기로 결심하는 것은 역시 정신적인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해요. 좋은 시기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할 수 있었던 것 또한 그 여유가 아닐까요?

저에게는 20대 초반의 동생이 있는데, 동생과 함께 음식을 먹으러 나가면 무엇이든 새로운 경험이라는 것이 놀랍습니다. 용돈을 짜게 받는 것도 아니지만, 식문화라는 것이 신경을 쓰지 않으면 거기서 거기가 되기 쉽지요.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하면 역시 관심이 있어야 하고, 관심이 있더라도 에너지나 경제력, 주거지 환경이 갖춰주지 못한다면 이루기 어려운 일입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우리나라보다 식문화가 발달하고 외국의 각종 요리를 잘 받아들이는 나라인 것도 한몫 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좋은 시기에 태어난 마음 좋고, 교양 있는 사람의 삶을 훔쳐보는 것은 이 시기에 사는 한국 사람으로서는 부럽게 느껴집니다.

저자는 이 노트를 남에게 보여줄 생각으로 쓴 것이 아니지만 골라서 편집한 책이므로 꾸밈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하지만 23년을 꾸준히 일기를 쓰면서 비슷한 어조를 유지한다는 것은 본인의 내면이 확고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무엇이 맛있고, 무엇이 맛없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도록 23년간 노력하는 일은 좋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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