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 반려동물의 죽음

이런 종류의 책은 껄끄럽게 느껴져서 일부러 피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받고 싶은 사은품을 주는 행사에 끼어 있어서 구매하게 되었어요.

몇 년 전에 병으로 고양이를 한 마리 잃었고, 지금도 고령의 고양이들과 살고 있으며 이 중 한 마리는 암에 걸려 있지만 치료 비용, 치료 효용의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고 케어만 하고 있는 상태. 고통이 심해지는 단계가 되면 안락사를 할 예정이지만 내가 적절한 때를 맞출 수 있는지는 자신이 없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줄줄 울게 될까봐 걱정했었는데 그런 책은 아니었어요. 저자는 어릴 때부터 성품이 온화하고 동물을 사랑했던 사람이에요. 그녀의 남편과 자녀들도 마찬가지의 사람들이어서 동물들을 보살피는 일에 모두들 열성적이고요. 책에서는 동물의 죽음에 포커스를 두고 있으므로 그런 삶을 살기까지의 어려움이 어떤 것이었는지는 추정하기 힘듭니다. 어쨋거나 결심한대로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살면서 죽음까지 보살피는 동물 호스피스를 시작했고, 그로 인해 다양한 종류의 죽음들을 겪어본 사람이에요.

이 책은 예상과 달리 서양식 신비주의와 뉴에이지적인 책이어서 실망했어요. 죽은 동물이 몇 년이 지난 후에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오고, 마음의 소리로 죽음을 인정함을 듣는 뭐 그런 내용입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때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역시 동물의 죽음에 대해서는 우리가 알 길이 없지요. 안락사를 선택한 것을 동물이 납득했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나의 늙고 병든 고양이가 죽은 후, 나는 생각보다 편안했지만 내 고양이도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 때면 괴로웠어요. 더 잘 해주지 못한 날들이 떠오르고, 가보지 못한 선택지들에 대해 후회를 하기도 했고요.

그런 감정들은 완전히 나만의 것은 아니고, 동물과 오랫동안 관계를 가져온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것이라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긴 합니다. 그때가 다시 오더라도 그때보다 더 잘할 수는 없을 거에요.

트위터에서 개나 고양이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은 사람의 입자에서 본 엘프 같을 것이라는 말을 보았어요. 몇 배의 긴 삶을 살면서 보살펴 주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우리의 사이는 그런 신비한 종류의 일이었구나 생각하면 참 재미있지요.

이 책은 펫로스와 관련해서는 처음으로 번역된 책이라고 하는데 미국이라는 먼나라 배경의 에세이여서 직접적으로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는 점에서 동물의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그 외의 장점은 잘 모르겠네요.

영세한 출판사라고 들었는데 열심히 이것저것 추가해서 편집한 부분들이 심미적으로 아름답지 않은 점이 놀라웠고, 심플이라는 것은 역시 높은(=비싼) 디자인 경지에서 이룩할 수 있는 영역임을 다시 느끼게 되었네요.

< 2017-07-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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