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워크

언제쯤엔가 스티븐 킹을 좋아하는 것 같으면서도 생각보다 읽은 것이 없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그것도 한 5년쯤 전의 일이지 싶습니다. 지금도 그가 쓴 대표작인 《그것》이라든가 《샤이닝》이라든가 읽지 않은 책이 더 많습니다.

저는 일년에 50편 정도를 읽는데, 어떤 책은 쉽고 어떤 책은 어렵고, 어떤 책은 꼭 읽어야 하지만 재미가 없고, 어떤 책은 번역이 개판이기도 해요. 그럴 때면 아무리 평생을 책을 읽으며 살아온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감이 꺾이게 마련입니다. 그럴 때 책 읽는 감을 잃지 않도록 해주는 작가가 제게는 둘 있습니다. 스티븐 킹미야베 미유키예요. 그들의 모든 작품이 훌륭하지 않지만, 읽는다는 행위 자체를 늘 즐겁게 해주는 작가들입니다.

《롱 워크》는 이북으로 사둔 채 조금 미루다가, 랑야방을 시청한 후로 도통 책을 읽지 않아서 "이때다!" 하고 끄집어 내어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스티븐 킹이 18살에 쓴 첫번째 장편 소설이라고 해요. 출간은 《캐리》로 유명해지고 난 후에 가명 출판했기 때문에 데뷔작은 아니고요.

최근 읽은 두 편이 모두 스티븐 킹이 21세기 넘어와서 쓴 책이었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기에는 어렵습니다. 특히 테크닉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죠.

하지만 제목 그대로 끝없이 길 위를 걷는다는 소재 안에서 계속해서 사건을 만들어 내는 능력만큼은 분명히 눈을 사로잡습니다. 책의 주인공들과 나이가 비슷한 때에 쓴 책인 만큼 소년의 심리 묘사도 현실감이 있고 훌륭합니다. 결말은 자신이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부분에서 끝을 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지금의 스티븐 킹이라면 더 엄청난 끝을 보여주었을 수도 있겠지만 이 끝도 나쁘진 않습니다. 18세의 소년이 썼다고 하면 굉장한 수준이에요.

하지만 스티븐 킹을 소개할 때 반드시 소개할 만은 책은 아니며, 번역에 있어서 반드시 이렇게 번역해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드는 부분도 여러 군데 있습니다. 문장 내에 포함된 walk를 워크로 그대로 번역한 부분이 특별히 더 그렇습니다.

올해 스티븐 킹을 단 한 권만 읽는다면 이 책은 아닙니다. 《별도 없는 한밤에》를 읽었고, 스티븐 킹 애호가가 아니라면 이 책은 통과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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