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플레이어 원

오랜 만에 책 한 권을 다 읽었습니다. 아주 책을 읽지 않을 때에도 한 달에 한 권 정도는 읽는 편이에요. 리뷰가 없는 때에도 아무 것도 읽지 않고 있을 때는 드물지만 이번에는 회사 일에 치이다 보니 정말 달을 넘길 뻔 했습니다.

이 책은 지인분께서 강추를 해주시기에 바로 구입을 했습니다. 마침 알라딘에서 책을 살게 좀 있었거든요.

제목 《레디 플레이어 원》은 어떤 아케이드 게임의 시작 문구에서 가져왔다고 해요. 책에서는 게임의 제목도 적혀 있었으나 읽은지 너무 오래 돼서 찾을 수가 없네요. 세상에서 제일 잘 나가는 가상현실 게임, 오아시스의 개발자 겸, 최고경영자가 죽으면서 자신의 모든 유산을 게임 안에 숨겨 둔 세 개의 이스터에그를 모두 발견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재산과 오아시스의 운영권을 넘기겠다는 유언을 남겨요. 이 게임은 잘 나가는 동시에 가장 돈이 되는 플랫폼으로, 수 많은 사람들과 또 기업까지도 이 이스터 에그를 찾기에 열을 올립니다.

이스터 에그를 찾기 위해서는 제작자 할리데이가 심취했거나 어쩌면 영원히 머무르고 있을지도 모르는 80년대의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합니다. 80년대를 풍미한 대중음악, 드라마, 게임, 애니매이션 등등이 이스터 에그가 숨겨진 곳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레퍼런스가 있어서, 이야기가 시작할 때에는 몇 년이 흘렀음에도 이스터 에그를 하나도 찾지 못한 상황이었죠.

《레디 플레이어 원》 세계의 사람들에게 뿐만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도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정말로 방대하거든요. 예상치도 못했던 일본의 마이너 게임이 등장하기도 하고요. 저는 할리데이보다 열 살쯤 어려서인지, 그다지 깊게 파지 못하는 '라이트 덕'이기 때문인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작품들도 많이 등장해요.

이야기 자체는 매우 흥미진진했으므로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지만 게임 개발자로서는 굉장히 신경 쓰이는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게임 세계 그 자체에 대해서라면 제가 좀 알기는 합니다. 작가는 게임 개발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지는 않지만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어요. 이런 소설들이 흔히 그러듯이, 이 책이 다루는 가상현실 세계도 〈세컨드 라이프〉에 가깝습니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지만, 무엇을 할 수 있는지의 정의는 없습니다. 〈울티마 온라인〉, 〈스타워즈 갤럭시즈〉와 〈World of Warcraft〉가 병존하고, 베이스는 〈세컨드 라이프〉고요. 과금은 없지만 예를 들면 〈울티마 온라인〉별에서 〈스타워즈 갤럭시즈〉별로 가기 위해서는 거리에 비례해서(?!) 과금을 해야 합니다. 몇 십 년을 서비스하고 돈을 많이 벌다 보면 뭐든 못할 것이야 없겠지만, 이런 게임이 재미가 있을지는 좀...자신이 안 서네요. 어느 것이든 잘 만들면 재미가 있겠지만 그게 어려운 거니까요. 소설을 놓고 너무 진지하게 현실성이 있니 없니 하는 것도 재미없기는 마찬가지지만요.

이 오아시스라는 게임이 북미 사람들에게 게임의 이데아인 걸까요? 게임월드 기반의 소설들에서 나오는 게임들은 정확히는 게임이라기보다 통합 플랫폼이 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안에 동영상 뷰어도 넣고, 뭐 그런 것들이요. 백화점 같은 거죠. 우리의 여건과 북미의 여건이 달라서 그런 거려나요.

그 밖에 사람의 모든 인생을 해결할 수 있는 게임, 또는 가상현실에 대해서는 우려가 앞섭니다. 그래도 되나? 그래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요. 언제나 나의 우려와 상관없이 결국 흐름에 휩쓸려 갈 뿐이지만은 가끔 "왜?" 라는 생각이 드는 것만은 어쩔 수가 없네요.

ps. 이 책에 대한 감상은 지난 8월 28일에 적어둔 것인데 이제서야 갱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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