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미야베 미유키는 확실히 입담이 좋은 작가입니다. 특히 에도시정물에서 그 매력이 더 하는 듯 합니다. 한 번씩 보일 때마다 사 놓았다가 책 읽기 힘들 때 꺼내어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되어요. 이 책도 사놓고는 한참을 아껴두다가 소설이 너무너무 읽고 싶어져서 꺼내었습니다.

험한 일을 겪은 처자가 숙부의 집에서 의탁하는 중 숙부의 아이디어로 괴담을 모으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총 다섯 편이 옴니버스로 들어 있습니다. 하루에 한 편씩만 읽어야지 하고 아끼고 아끼다 중반부에서는 참지 못하고 후루룩 읽어 버렸네요.

미야베의 다른 시정물에 비하면 이야기가 조금 약한 느낌도 듭니다. 《괴이》나 《그림자 밟기》에서 주로 정체를 모르는 것을 이야기 했다면, 여기에서는 정말로 귀신이 나오기 때문에 어두운 방안에서 등 뒤가 조금 간질간질 하기도 했네요. 드물게 《안주》라는 뒷권으로 이어지는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그걸 모르고 구매해서 아직 집에 책이 없기 때문에 이 처자가 앞으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단편 위주인 《괴이》나 《그림자 밟기》에서는 캐릭터를 쌓는 과정들이 생략되었는데, 이 책은 두 권까지 이어지다 보니 캐릭터들이 충실합니다. 유머러스 하고 과감하지만 성실한 숙부나, 순하디 순한 막내딸인 주인공이나, 입이 가볍기도 하지만 동생과 가족을 아끼는 오빠 기이치. 거기에 꾹꾹 속으로 눌러 참으며 살아왔을 마쓰타로는 정말 안타까워서 책을 앞으로 돌려 없었던 일로 만들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메시지는 알기 쉽지만 좀 작위적인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으니까요.

핑백

  • 책 그림자 : 안주 2015-08-03 14:20:54 #

    ... 《흑백》이 시리즈물인 것을 모른 채 주문해 보니 제목에 작게 "미시마야 변조 괴담 1"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실수로 《안주》를 먼저 주문 했다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이 이야기도 ... more

덧글

  • 2015/06/02 11:2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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