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들의 책사 ㅡ 조선편

(전략) 당시 조선에서는 중국대륙의 변방지대인 만주를 근거지로 수없이 침입을 일삼던 북방 여진족을 오랑캐라 부르며 무시했다. 그들을 오랑캐라 부르게 된 유래담을 보면 당시 조선인들의 혐오감과 적개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느 재상이 얇은 가죽으로 된 북을 갖고있었다. 그런데 이 북은 소리가 몹시 아름다웠던 모양이다. 재상은 북이 찢어질까봐 한 번도 치지 못했다. 어느 날 그 북소리가 너무나 듣고 싶었던 나머지 그 북을 찢지 않고 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자기 딸과 혼인시키겠다고 공표했다.
하루는 북소리가 들려 가보니 개 한마리가 꼬리로 북을 치고 있었다. 재상은 할 수 없이 그 개와 딸을 혼인시켰다. 그런데 개가 밤마다 자신을 핥고 무는 것을 참지 못한 딸은 개의 네 발목과 입에 각기 주머니를 만들어 씌웠다. 말 그대로 오낭(五囊)을 낀 개(狗)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 개와 딸은 자식을 낳자 북쪽으로 쫓겨나 후손을 퍼트렸다. 그 뒤 오랑구가 오랑캐로 변하여 북쪽에 사는 사람들을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제왕들의 책사 - 조선편》 201쪽-211쪽


이 책을 읽은 기록을 남겨두지 않았기에 에버노트를 뒤져서 기록 한 조각을 찾았습니다. 이 이야기야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그렇게들 생각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어머니께서도 어릴 적에 개와의 사이에서 애를 낳은 사람이 이웃 마을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던데 꽤 만연한 믿음이려나요? 개와 인간은 꽤 유전적으로 유사점이 있다고는 합니다만...

나쁜 책은 아니지만 굳이 찾아 읽을 책은 아닙니다. 한 명의 왕에 한 명의 대표적인 대신을 각각 엮은 책으로 필연적으로 정치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중언부언 길어지기 쉬운 것을 잘 요약한 책입니다만 지금 와서 찾기는 쉽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외로 증쇄가 좀 있었던 책으로 기억해요. 도서관에라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노력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것이 비슷한 책들이 좀 있으니까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조선사 전반으로 대표적인 신하들을 묶어낸 책'이 또 있을까 생각하면 이 책만한 것이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2007년에 개정판이 나오기도 했고 어린이용 판본으로 이름이 같은 책이 있습니다.

제목도 잘 뽑았고 책을 잘 만들기도 했습니다. 종이 질이 충격적으로 좋았어요. 광택도 있고 두께도 제법 있었는데 근래에 산 책 중에도 이 정도로까지 종이질이 좋은 책은 보지 못했습니다.

근래에 들은 이야기로 사극 영화는 어느 정도 관객이 보장되기 때문에 일부러 성수기 개봉을 한다고 해요. 영화를 많이 보는 시기에 개봉하면 더 많은 관객이 들 수 있으니까요. 그런 시기가 아닌 때에 개봉되는 영화들의 만듦새는 기대하기 어렵다고요. 그러고 보면 사극은 팬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런 조선사 책들도 팔리나? 싶다가도 그런 분들이 계시니까 기본 부수는 보장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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