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의 풍경

처음 이 책을 구매하기로 한 이유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제목이 근사해서인 것 같아요. 구매 당시에는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거의 몰랐지만 트위터에서 이름이 전해지는 사람인 것은 알았던 것 같습니다. 여튼 트위터를 통해 그를 알게 된 것은 책을 구매한 후인 것 같아요. 이게 벌써 5년은 전의 일이라 자세하게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에 대한 이미지는 트위터에서 유명세가 있다는 것, 입바른 말을 곧잘 한다는 것 그 정도였습니다. 저는 장르 쪽 독자이기 때문에 이런 저자들에게는 약하거든요.

저의 콤플렉스일 수도 있고, 그냥 책임감일 수도 있겠으나 한국어와 잘 쓴 문장에 대한 목마름이 있습니다. 잘 쓴 문장이란 뭘까요? 언제 알게 될지 모르겠네요.

처음 몇 페이지를 펼쳐 보고는 쉽게 읽을 책이 아니어서 책장에 꽂아둔 채 잊었습니다. 집 구조를 몇 번 바꾸고 읽지 않은 책들을 끄집어 내어 정리를 했습니다. 어떤 책은 아껴서 읽기로 하고 어떤 책은 어서 읽고 중고서점에 넘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은 어서 읽고 넘길 책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정확히 언제라고는 기억나지 않는데, 저자와 영어 약자가 비슷한 사람 한 명이 성추행으로 인해서 시끄러울 때였어요. 그때 저자가 편을 들어주었을 때 상당히 실망했던 기억이 나요. 우리나라 진영 논리의 문제점이 그대로 다 드러나는 사건이었어요. 그 사람이 성추행은 했지만 그동안의 노고가 있었고, 우리 편이니까 감싸줘야지! 이런 이야기들이 꽤 많이 나왔었던 기억이에요. '편'이라니 그게 다 뭘까요?

저한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는데 책을 절반쯤 읽는 중 이번에는 저자 본인이 페미니즘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발언들을 하더군요. 저는 이미 매우 실망해서 그의 트위터를 구독하지 않았는데도 제 타임라인까지 넘어 오더라구요. 사람들이 잘못을 지적했을 때 어이쿠 실수했네요. 미안. 이라고 하면 될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얼마만큼의 편견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고 트위터 같은 공간에서는 쉽게 잘못된 편견이 쓰여지고 퍼져나갈 수 있는 공간이니까요. 그런데...음...그 후의 태도는 역시나 또 실망스럽더군요.

정말 책을 읽을 의욕이 1그램 정도 밖에 남지 않았지만, 책을 읽는 중간에 그만둘 수 있는 대인배가 아닌 저로서는 거의 울면서 꾸역꾸역 책의 끝까지 읽었습니다. 아 정말...진짜...고통스러웠습니다. 이런 일을 겪고서 그의 책을 읽으니 그가 다루는 이야기들이 모두 지적 허세와 선후배들과의 관계를 자랑하는 내용으로 밖에 보이지 않더군요.

도저히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가 없네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도저히요. 문장은 단단하고 지향점이 분명하지만 그가 하고 있는 이야기는 훌륭한 선배와의 인맥 자랑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요. 제가 이런 것을 알아요! 제가 이런 분을 '옆에서' 지켜 보았어요! 같은 소리예요. 알고 보면. 그런 의도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트위터 이후로는 그렇게 볼 수 밖에 없어요. 그는 공고한 기득권층의 일부에 속해 있으면서 아닌 척 하면서 입바른 소리나 하고 앉았어요. 치열한 고민도 없고, 자기 모순을 괴로워하는 기색도 없어요. 휴. 트위터는 정말 인생의 낭비인가 봐요. 그의 책도, 트위터도 읽지 마세요. 시간 아까우니까.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말들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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