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페달

대여점을 안 다니게 되면서 만화책을 제대로 챙겨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신간 만화책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사람이 많았고, 여러 만화책을 두루 이야기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파는' 작품만 아는 사람이 많아졌지요. 신간을 망라해서 정보를 얻기 힘들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대여점은 자주 가면 신간을 차곡차곡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니까요.

변명은 이쯤하고ㅡ,
오랜만에 만화책을 제대로 정주행했습니다. 어째서 《겁쟁이 페달》인가 하면 매일매일 추천하는 사람이 트위터의 타임라인에 있었던 것이 첫번째고요, 두번째로 고화질 이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화책은 권 수가 많은 편이죠. 아무리 문고판 사이즈라고 해도 스무 권쯤 되면 보관하는 데 공간이 꽤 필요합니다. 기껏 소중하게 모아온 만화책도 잘라가며 스캔하는 와중에 신간 만화책을 살 결심을 하는 건 좀 어렵더라구요. 당분간 만화책은 이북으로만 사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북으로 판매 중인 만화책이 너무 적어요. 그나마도 '고화질'인 경우는 드물고요. 고화질 이북이 있다면 확실히 인기작이라는 의미예요.

《겁쟁이 페달》은 그런 의미에서 고화질 이북의 첫 경험이었습니다. 도서 정가제 이후의 첫 지름이기도 하구요. 고화질 이북이 살만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사 보았습니다.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7점 정도로 일단 화질에서 -2점입니다. 제가 대충 스캔한 것보다 선이 많이 안 살더군요. 디지털 원고를 컨버팅 한 것일텐데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못 볼 정도는 아니었지만 기대한 정도도 아니었습니다.

마지막 1점은 어디에서 빠졌냐면,
보통 만화책은 표지가 2중입니다. 일러스트가 들어간 겉싸개 표지를 벗겨내면 내지와 접착된 진짜 표지가 있죠. 보통은 겉싸개 표지와 같은 그림이지만 1도 인쇄입니다. 이 표지가 이북에는 없습니다. 책과 이북은 구조가 다르니까 없을 수도 있지만……경우에 따라 이 내지표지에 특별 일러스트가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 아무래도 찝찝한 겁니다. 특별 일러스트...없겠지? 하는 의심이 고개를 드는 거에요.

또 겉싸개 표지의 안쪽 접히는 면에는 만화가의 코멘트와 일러스트 1점이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진일 때도 있고요. 이것도 이북에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이게 없다는 걸 어떻게 알았냐면 트위터에서 다른 사람이 이 코멘트가 아주 웃기다며 찍어서 올렸기 때문에 저는 못 봤다는 걸 알게 되었죠. 다른 것보다 이게 정말 대실망이었어요.

포맷이 달라서 편집이 다른 건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뭔가 하나 빠져 있다고 하면 이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어요. 진짜로 실망했어요. 또 책 어디에도 번역자의 이름을 알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보통 만화책이라면 날개 부분 어딘가에라도 이름 정도는 적혀 있습니다만....

어디에서 구매할까를 놓고도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월간 특정 일에 금액을 충전하면 보너스 포인트를 두 배로 주는 리디북스와 평소에 사용하고 있는 알라딘 둘을 놓고 고민을 했는데, 아무래도 한 번 사용하는 쇼핑몰을 바꾼다는 건 좀 어려운 일이라 결국 알라딘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북은 앱에 종속되기 마련이어서 제가 사는 이북이 여러 앱에 분산되어 저장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어요. 리디북스를 이미 이용하고 있어서 몇 권 책은 흩어져 있고, 또 열린책들 앱도 별개로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요.

알라딘에서 32권 합본으로 나오는 책은 10% 할인이 없어서 훨씬 비싸지니까 각 권으로 구매하세요! 또, 미리 사이버금액으로 충전해서 패드로 구매하면 일부 금액에 적립금으로 반환되니까 이것도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아직 이북을 사는 것은 완전히 기쁨을 주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종이책보다는 저렴하다는 걸로 마음의 위안을 삼아야겠지요. 고화질 이북 만화책이 어떤가 궁금하신 분은 이쪽에 《겁쟁이 페달 1 체험판》링크가 있으니 한 번 이용해 보세요.


#2.
책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오노다라는 숫기없는 오타쿠(문자 그대로)가 알고 보니 상당한 재능이 있어서 로드 바이크 부에 들어가게 되었고, 로드 바이크 레이스에 참가하는 이야기. 끝.

《겁쟁이 페달》은 그림이 굉장한 걸로도 유명하죠. 특히 미도스지가…….
판타지 장르의 몬스터라고 해도 될 것 같은 애가 현실 배경의 만화에 나오는 거라서 임팩트가 대단합니다. 이미 많은 사진들을 접했기에 미도스지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말 안해 줬잖아요. 자기 가슴 근육 두 짝에 이름 붙이고 대화하는 애가 있다는 거. on_

이 만화는 되게 평범하게 일본 고등학교를 배경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버프만 빼고 아주 평범합니다. 그런 평범한 배경에서 저 두 사람의 등장은 진짜 이상합니다. 생각해 보면 주인공교는 꽤 상식적이지만 하코네학원 쪽은 좀 캐릭터성이 지나치게 강렬한 거 같기도 하고요. 그림체만 벽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 20권째쯤 읽는데도 "어라? 이 만화 이런 만화였나?" 생각이 드는 때가 있으니까요.

그림체와 달리 이야기는 산뜻합니다. 라이벌이라고 해도 더러운 수를 쓴다거나 스포츠 만화에서 으레 나오는 열등감에 찌든 인물 같은 건 안나옵니다. 갈등 구조들은 대부분 깔끔하고, 연출에서 주인공팀을 띄워주기 위해 적팀을 이상한 애들로 채우는 경우도 없어요. 스포츠니까 더 잘하는 사람을 보고 좌절을 하기도 하지만 매우 건전하게 극복합니다.

캐릭터마다 성격과 외모가 확연히 달라서 이해하기 쉽고, 경기 중의 갈등 구조도 명확합니다. 잘 만든 스포츠 물입니다. 주인공 버프도 어느 정도 납득가는 설정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완전히 엑스트라인 사람을 제외하면 허투로 쓰이는 캐릭터는 하나도 없고 하나같이 성실파라서 읽는 것만으로도 충실감이 듭니다. 캐릭터의 성장도 "사실은 이랬지!" 같은 방식이 아니라 우직하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경기에 따라 어떤 점이 성장하고 어떤 점을 극복하는지 찬찬히 그려줍니다.

자전거는 최근 쿨한 취미로 여겨지지만 그와 별개로 로드 레이스 쪽은 룰이나 경기방식, 집중해서 봐야 하는 부분이 그렇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소재인데도 여러 캐릭터와 에피소드로 엮어 순차적으로 조금씩 거슬리지 않게 알려주는 것도 좋습니다. 어째 유산소 운동 중에 종알종알 말이 많기는 하네요.

스포츠 장르를 볼 수 있는 매체는 많지만 만화처럼 선수의 심리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매체는 없지요. 어린 친구들의 성장의 순간이 그렇게 드러날 때 괜히 기분이 좋더라구요.

어떤 만화는 보다 보면 주인공 어드밴티지가 너무 심해서 상대가 불쌍해서 볼 수가 없어진다거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주인공이 이길 것 같으니까 흥미가 떨어지기도 해요. 《겁쟁이 페달》은 어느 쪽이든 강적이고 이기든 지든 죽을 힘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장르여서 그런 느낌은 덜합니다. 많은 스포츠물이 있지만 로드 바이크라는 장르처럼 전원 문자 그대로 젖먹던 힘까지 다 땡겨 써야 하는 종류는 본 적이 없어서 신선했습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차기도 해요. 이 만화를 보고 있을 때는 1월이었는데 당장 날씨가 좋아져서 자전거를 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습니다. 이 만화를 통해 로드에 입문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네요.

워낙 오랜만에 새로운 만화를 봐서 그런지 하나하나 신선했어요. 다른 고화질 만화 쪽도 더 알아볼까 싶어요.

덧글

  • 2015/03/20 13:1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3/24 17:1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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