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나이트

어릴 적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을 적에 아라비아는 내게 먼 나라였습니다. 시대적 격리를 포함해서 《아라비안 나이트》는 판타지와 다름 아니었죠.

지금 무슬림은 현실입니다. 고향 마을에는 할랄 푸드를 취급하는 상점이 생겼었고, 히잡을 쓴 한국인 여자가 가끔 시장을 보러 나옵니다. 매일의 뉴스에는 엇나간 무슬림의 일탈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성적으로 대처 하라고 말하지만 한쪽만 이성적이어서는 대화가 힘들지요. 그런 시기에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이 책은 여러 겹의 액자식 구성으로 이루어진 《아라비안 나이트》를 편역하고 이야기별로 묶어 읽기 쉽게 만든 책입니다. 읽기 쉽게 엮는 것은 좋은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편견과 관습들이 눈에 들어오니 읽기 괴로워지더라구요. 액자구성 안에서는 알아차리기 힘들 것들이 명백하게 드러나 있고, 고풍스러운 말 안에 숨겨져 있던 고집들이 현대어로 정돈되어 견디기 힘들어집니다. 이상하지요? 이런 의도는 아니었을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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