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즈 러너

※ 구체적으로 적지는 않았지만 작품의 결말 방향을 추측할 수 있는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영화를 왜 극장에서 봐야겠다고 생각했는지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토마스 생스터가 나오는 영화여서 흥미를 가지고 있다가, 미로에서 탈출하는 이야기라는 설정을 보고 봐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이 날, 저는 전주에서 하는 결혼식에 가려고 했었는데, 아침 8시 반임에도 불구하고 식전에 도착할 수 있는 버스가 하나도 없어서 참석을 포기했습니다.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무얼하면 좋을지 알 수 없어서 극장으로 가게 된 거죠.

영화는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특히 연출이 매우 뛰어나요. 저예산 안에서 CG를 적극 활용하고, 사운드 효과도 훌륭합니다. 시나리오 자체는 어찌보면 허탈할 수도 있는 것을 연출이 살려놨습니다. 영화 내용이 어떤 건지 전혀 모르고 보러 간 거라 한국인으로 설정된 '민호'의 존재에도 꽤 놀랐네요. 금방 떨어져나갈 악역일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더 놀랐어요.

끝나고 보니 시리즈물이더군요. 원작은 완결이 났다기에 급한 마음으로 서점에 들렀지만 책값이 너무 비싸서 돌아나왔습니다. 먼저 책을 산 친구가 이 책을 팔 예정이라고 하기에 제가 산다고 했어요. 책을 손에 넣고 나니 영화가 앞으로 어떻게 제작될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더라구요.

《메이즈 러너》는 이 시리즈 물의 첫번 째 책의 제목입니다. 2권은 《스코치 트라이얼》, 3권은 《데스 큐어》입니다. 1편의 고무적인 성적에 빠르게 2편 촬영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제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얼음과 불의 노래》의 경우에도 1권의 제목인 《왕좌의 게임》으로 나오고 있는 걸 보면 2편도 같은 제목에 가제를 달고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래는 추천받았던 《히페리온》을 읽고 있었는데, 이게 초반에 설정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꽤 읽기 힘든 책이라 끙끙거리다가 마음이 급해져서《메이즈 러너》부터 보기로 했습니다. 굉장히 빨리 읽었어요. 쉬지 않고 14시간 정도 걸려서 다 읽었네요. 최근에 이렇게 읽은 책이 없다 보니 신기한 기분이어요. 특히 마지막 권을 읽은 날은 다음 날 출국일이어서 비행기 때문에 예민해져 있었는데 잠까지 자지 못해서 꽤 괴로웠어요.

그런데 결말이 취향 밖이라...휴.
2권을 읽다 보면 이런 결말이 날 걸 예상할 수 있지만, 과정이 안 좋았어요. 작가는 장편을 한 권 쓰고, 그 후에 3년에 걸쳐 이 《메이즈 러너》시리즈를 바로 쓴 것 같아요. 초보 작가적인 실수들이 보입니다. 그런 것치고 설정이 큰 작품을 쫀쫀하게 끌어나가는 힘은 좋습니다. 이와 같은 결말로 이미 영화가 나왔다가 결말에 대해서 이야기가 많이 나온 영화가 있죠. 영화 제작진도 그 영화를 의식 안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영화판의 결말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네요.

이야기의 중심인 토마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데, 이 이야기에서 모두들 자기가 누군지 기억을 못한다. 라고 하는 부분이 꽤 긴박감을 줍니다만, 결과적으로는 좀 낚시가 되기도 했네요. 기억을 지워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너무 허탈하고 기가 막힌데, 영화편에서는 그 부분이 잘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소설만 봐서는 (좋은 작품이기는 하지만) 평생 볼 생각을 안할 작품인 것 같은데, 영화판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캐스팅이 참 좋고요. 남은 두 편이 잘 나오면 좋겠어요.


#2.
곰곰히 생각해 보면 작가는 설정에 치어서 캐릭터들에 대해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설령 캐릭터들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하더라도 캐릭터와 설정을 모두 살리기에는 여력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구요.

캐릭터들에게는 듬직한 친구, 비밀스러운 여자아이 같은 역할이 미리 정해져 있고, 모든 캐릭터들은 오로지 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만 움직입니다. 최초의 인물들은 시간이 가고 사건을 겪으면서 성장하거나 변화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어요. 변화의 방향도 작위적이고 오로지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한 방향으로만 변화합니다. 캐릭터끼리 부딪히면 서로의 방향으로 튀어 나가야 하는데 어영부영 작위적으로 봉합해 버리고요.

주인공 토마스의 경우는 방백을 꽤 많이 합니다만 자기 자신의 고민, 포부, 미래 계획 같은 건 전혀 없어요. 오로지 작가가 정해 놓은 행로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합니다. 이러다 보니 행동이 이해 가지 않고, 돌발적으로 보여요.

작가 역량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영화를 먼저 보고 각 인물들에 매력을 느낀 입장에서는 섭섭한 맘이 자꾸 생기네요. 좀 더 잘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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