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저의 독서 습관은 좀 난잡 합니다. 한 권을 꾸준히 읽지 못해요. 여러 권의 읽고 싶은 책이 여러 곳에 놓여 있고, 잡히는 대로 읽습니다. 아주 흥미로운 책이라면 앉은 자리에서 쭉 읽을 수 있지만 최근에는 그런 책을 잘 만나지 못했습니다. 《퍼언 연대기》가 최근에 그렇게 읽은 책이고요.

그러다 보니 아무 책도 다 읽지 못하다가 어느 시점에서 여러 권의 책을 우르르 다 읽게 되곤 합니다. 지금은 《품인록》, 《L.A. 컨피덴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해전의 모든 것》, 《정복의 법칙》을 읽고 있습니다. 세 권 중 어느 하나 완전히 흥미가 있지 않아서 목록에 책이 늘어날 것 같습니다.

이 《타임머신》은 잘 읽히는 책입니다. 300쪽이 안 되는 짧은 책이기도 하고요. 세계문학 앱에 있는 책 중에 흥미가 있는 책들이 많이 있다는 걸 알아서 출퇴근 할 때 뒤적여 보지만 이렇게 빨리 읽은 책은 없거든요.

읽고 나서 보니 제가 쥘 베른과 조지 웰스를 헛갈리고 있더군요. 세계문학 시리즈의 장점은 뒷편에 추가된 저자 약력 소개예요. 어른 대상의 소설을 읽으면 작가에 대한 이야기라 봐야 책 날개에 적힌 약력이 전부 일 때가 많지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지만 어떤 작가들은 그가 써왔던 작품 전체의 목록을 조망한 것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약력을 읽어 보니 쥘 베른과 조지 웰스는 전혀 다른 작가인데 이렇게 헛갈리고 있는게 좀 우습네요. 아마 이런 식으로 잘못 알고 있는 작가가 꽤 있지 싶습니다. 웰스의 경우 제가 아는 작품은 《타임머신》, 《우주전쟁》, 《모로 박사의 섬》정도네요.

소설가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정치와 사회에 깊이 참여하면서 문학으로서의 순수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초기작과 같은 발상력도 사라졌다고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력에 적힌 다른 작품들의 제목이 매우 흥미진진했습니다. 구할 수 있으면 좀 더 읽어 보고 싶어요.

《타임머신》은 저자의 첫 성공작이라고 합니다. 시간 여행이라는 테마는 웰스 외에도 당시의 사람들을 꽤 현혹한 테마가 아닐까 싶더군요. 책에서는 여러 지성인들이 모이는 모임에서 시간 여행에 대해서 진지하게 토론을 하는 장면을 봐도 그렇고, 웰스가 같은 테마로 여러 차례 글을 발표할 수 있었던 점을 봐도 그렇지요. 그러고 보면 《타임머신》은 꽤 최근에도 영화화가 된 적이 있습니다. 120년 전에 적힌 이야기가 여전히 통용되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타임머신》은 지금 읽어도 그가 그린 미래의 모습이 설득력 있었거든요. 고도로 발전된 후에 오히려 쇠퇴되어 간다는 이야기는 불교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E북이다 보니 이 책이 얼마만큼의 두께를 가졌는지도 몰랐고, 목차도 못 보았거든요. 책을 절반쯤 읽었다고 생각했을 때 이야기가 끝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근작의 '영화 《타임머신》'의 광고 영상만 보고 막연히 생각한 것과 실제 책 내용이 일치하지 않았거든요. 좀 더 스펙타클한 뒷 이야기가 있는 줄 생각하다가 보니 좀 갑자기 끝나는 느낌이긴 했습니다. 그 영화에 제레미 아이언스가 나와서 언젠가는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지만 책을 읽고 나니 그다지 보고 싶진 않더군요. 책과는 얼마나 동떨어진 각색일까 싶기도 하고요.

이 책의 절반은 〈타임머신〉이고, 절반은 단편집입니다. 함께 실린 단편 중에는 〈타임머신〉의 전신인 〈크로닉 아르고〉호도 실려 있습니다. 읽는 동안 참 감흥 없는 작품도 썼구나 싶은 작품이었거든요. 나중에 보니 소설로서는 처음 발표한 작품이라고 하네요. 22살짜리가 쓴 첫 작품이라고 하면 충분히 이해할만 해요.

또 다른 단편인〈맹인들의 나라〉는 꽤 인상적입니다. 시력을 잃은 사람들의 나라에 떨어진 시력을 갖고 있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생각해 볼 만 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웰스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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