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언연대기

이 책이 막 나왔을 즈음에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지만 이제서야 읽게 되었네요. 지난 번 와우북 페스티벌에 가서 만난 Z양이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이런 책이 있었다는 걸 다시 떠올렸으니까요. 이 책이 절판되지 않았더라면 저는 또 미뤘을 거예요. 집에 와서 검색을 했을 때 이 책은 절판으로 나타났고 중고 매물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얼른 사야 했죠. 책을 사고도 몇 개월을 미루다가 갑자기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1권이 너무나도 취향이어서 멈출 수가 없었어요. 처음 이야기가 시작될 때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100쪽쯤 되었을 땐 이의가 없었죠. 오랜만에 잠도 잊고, 회사에서도 틈틈히 읽어 치웠어요.

퍼언이라는 행성에 대한 이야기에요. 퍼언에는 용이 있고 용기사가 있고요. 판타지 이야기 같지만 SF적인 풍취도 있습니다. 또 로맨스 요소도 있고요. 이야기가 굵직하게 진행되는 편이라 무리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2권에서는 사건의 스케일이 조금 작아집니다. 초점 인물도 바뀌지만 1권의 인물들과의 차이가 크지 않아서 바뀌었다는 걸 체감하기가 어려워요.

3권이 가장 아쉬운데 중심 인물이 완전히 바뀌었고, 사건의 중심도 바뀌지만 여전히 인물 유형이 비슷합니다. 나이나 현재 처한 위치에 다른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성격이나 내면이 거의 같은 사람들이예요. 작가가 이런 인물 유형을 좋아한다는 건 알겠지만....저도 좋아하긴 하지만....ㅠㅠㅠㅠ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는 3권에 가서는 짐에 가깝습니다. 행동 묘사의 군더더기와 충격적인 사건이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핵심 뼈대를 벗어난 사건들. 사건들끼리의 밀접성 부족. 퍼언이 매력적인 건 사실이지만 3권은 정말 읽기가 힘들었어요. 최근 책을 거의 읽지 못한 걸 생각하면 여전히 가독성 좋고, 좋은 이야기를 쓰는 작가입니다. 그래서 3권이 더 아쉽기도 해요. 핵심 사건은 정말로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집중해서 분량을 20% 정도만 덜어냈으면 어떨까 싶네요. 이 다음 시리즈가 국내에서 안 나오고 있기 때문에 3권이 충분히 두꺼워서 오랫동안 즐길 수 있었던 건 기쁘긴 했지만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퍼언은 좋아하는 책 목록에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충분합니다. 친구들에게도 권하고 있고요. 테메레르와 비슷한 시기에 나와 테메레르 보다 취향에 맞을 거라며 추천을 많이 받았는데 정말로 그랬습니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는 수십 년에 걸쳐 여러 권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다음 이야기를 볼 기회가 다시 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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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그림자 : 타임머신 2014-05-04 01:53: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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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포스21 2014/01/29 23:54 # 답글

    오, 저거 한정판 저도 가지고 있는데...^^ 예전에 사서 한번 읽고 방구석에 보관중인데 나중에 시간나면 한번 다시 읽어 보고 싶군요. 그나저나 제경우엔 테메레르 쪽이 좀 더 취향이었습니다.
  • sirocco 2014/02/03 20:19 #

    작가의 취향이 확고해서 취향에 따라 갈릴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둘 다 여성 작가인 걸로 기억하는데 재밌는 차이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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