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글쓰기

이 책은 몇 개월 전에 아는 분께서 이사 전에 짐정리를 할 때 얻어온 책입니다. 한참 잊고 있다가 도저히 일이 되지 않아서 "스티븐 킹은 무슨 말을 하나 보자!" 하는 생각으로 집어 들었지요.

이 책이 나올 즈음 스티븐 킹은 정말로 잘 나가는 작가여서 이 책도 신속하게 번역되었죠. 김영사에서 스티븐 킹의 책을 내놨다는 것도 지금 와서는 좀 신기한 일이고, 번역도 괜찮습니다. 이건 정말 번역하기 까다로웠겠구먼 싶은 부분이 꽤 많아요. 원 제목은 on Writing이고, 번역 제목은 내용 중에서 따왔더군요.

스티븐 킹의 소설을 꽤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20%도 채 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그는 좋아하는 작가에 속합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스티븐 킹의 성장 환경에 대해 잘 몰랐어요. 《리시 이야기》를 읽었기 때문에 부인을 정말로 사랑한다는 정도만 말았죠. 〈이력서〉라는 중간 제목을 가진 이 부분을 정말 신나게 읽었습니다. 편모 슬하에서 가난하게 자랐고, 아내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 후 줄곧 함께라는 것. 어렸을 때부터 계속 글을 써 왔다는 것. 성공적인 데뷔작이 된 《캐리》를 쓰는 과정 같은 게 나옵니다. 알콜 중독과 마약 중독에는 놀라지 않았어요. B급 영화를 좋아했을 거라는 생각은 좀 해봤지만, 웃기게 적어두긴 했어도 꽤 팍팍한 어린시절을 보냈던 것에는 놀랐네요. 가난해서 힘들었다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있겠지만 작품을 보면서는 그런 생각을 못했거든요.

비치는 이야기를 보니 통속소설가로서 비평가들에게는 호평 받지 못하나 보더군요. 환상적인 이야기, 비종교적인 내용으로 인해서 항의 편지도 곧잘 받는 것 같구요. 그런 건 어느 나라나 똑같나 봅니다.

꾸준히 장르소설을 읽으며 자란 제게 소설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이야기입니다. 스티븐이 킹이 책 내내 강조하는 그거요. 소설에서 그 외에 무엇이 더 중요한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순문학에서는 무엇을 강조하는지 궁금하네요. 이런 저도 죄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어떤 이야기들은 읽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니까요. 읽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도 있잖아요? 그런 태도를 고쳐야겠다는 마음과 그런 책도 있는 법이라는 마음이 싸웁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러겠지요.

능동형을 강조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예전에 영어선생님들 중 하나가 고급 문장은 피동형으로 쓴다고 했어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그냥 영어권은 그러나 보다 하고 넘어갔지요. 에둘러 표현하는 피동형은 부드러워 보이긴 하겠지만 핵심을 파악하기 힘들게 하죠. 그러려고 피동형을 쓰는 거니까요. 전 그런 문장이 싫어요. 시가 아니니까 하나의 문장은 하나의 말을 하는 것이 좋아요. 명료성의 원리가 미국에서도 적용된다는 걸 알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스티븐 킹은 이 책을 쓰는 동안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도 넘기고 심하게 다친 다리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았다고 해요. 그런 사건은 인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가 없죠. 책 부분부분에서 그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전반적으로는 스티븐 킹이 글을 어떻게 쓰는가에 대한 것으로 잘 나가는 작가가 글 쓰는 방식을 보는 것 자체가 꽤 흥미롭죠. 배울 점도 틀림없이 있습니다. 딱딱한 작법서라기 보다는 에세이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상문으로서 얼개가 엉망인 건 알고 있습니다만, 제대로 마무리 지을 여력이 없네요. 괜찮은 책입니다. 스티븐 킹을 좋아한다면 읽어 볼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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