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 의전관이 다시 한 번 지팡이를 치켜들자 눈에 안 보이는 줄이 쏴아 하는 소리를 내며 장막을 양쪽으로 걷었다. 그러자 그 뒤로 삼단이나 되는 반암 계단 위로 온갖 보석들로 둘러싸인 황제의 옥좌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 위에 황금으로 된 천장의 그늘에 가린 유스티니안이 앉아 있었다. 뚱뚱하고 강인한 한 잠자라기보다는, 오히려 그의 모습을 닮은 그림 같은 모습이었다. 그의 이마는 마치 성스러운 후광처럼 머리 뒤까지 빛을 발하고 있는 번쩍이는 왕관의 아우라에 파묻혀 보이지도 않았다. 또한 그 뒤로는 역시 그림처럼 고정된 병사들이 그를 빙 둘러서 있었는데 하얀 바지에 황금투구를 쓰고 목에는 황금으로 된 사슬을 두르고 있었다. 이들 앞으로는 비단 옷차림을 한 원로원 의원들과 귀족들이 있었다. 이들 모두는 마치 숨이 멎어버린 것처럼 얼어붙은 시선을 하고 있었다. 마치 숨이 멎어버린 것처럼 얼어 붙은 시선을 하고 있었다. 이 모든 숙달된 행동들은 세계의 지배자인 황제 앞에 처음 나서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들처럼 경외심에 가득 차서 심장이 멎어 버리도록 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145쪽
황제는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마치 초록색 돌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고 눈꺼풀은 움직이고 있었지만 갈색머리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벤야민보다 저만치 뒤쪽을 바라 보고 있었다. 왜냐 하면 황제인 그에게 있어서는 발 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상관없는 일이었고 그건 마치 자기 옷 가장자리로 무슨 벌레가 기어간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147쪽
오래 전 중고샵에 올려두고 잊어 버렸던 것을 배송요청이 와서 급히 읽어 보았습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어렸을 때 한참 책이 많이 나왔었죠. 책이 하도 많으니까 한 번쯤 책을 읽어봤을 것 같지만 막상 생각나는 책이 없네요. 역사소설을 많이 쓰는 작가죠. 이 책도 역사 소설입니다.
유대인들의 성물인 7개 가지를 가진 촛대 메노라에 대한 이야기예요. 구글에서 잠깐 검색했을 때 한글웹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저자의 말을 참고할 때, 이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솔로몬의 신전에 놓여 있던 특별한 촛대에 대한 이야기예요. 반달족에 의해 약탈 당했던 것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유대인들에게 반환, 그 이후 사라졌다고 하네요.
여기에 저자의 상상력을 조금 덧붙인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문장력이 워낙 탁월해서 술술 읽었네요.
어떤 작가의 글을 읽을 때, “이 작가는 나와 같은 종류의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슈테판 츠바이크는 그런 작가였습니다. 이 사람이 세상을 보는 관점이 저와 잘 맞는 것 같아요. 시간 나는 대로 책을 좀 더 구해 읽어 봐야겠어요.
그건 그렇고 어렸을 때 대단한 민족인 유대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읽었던 게 생각이 나더군요. 그것이 나이를 먹고 더 많은 사실들을 알고 난 후로는 마냥 "불쌍한 유대인들..."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워졌지요. 그리고 기독교인들은 성경이 결국 유대인들을 위한 경전인데, 선택되지 않은 자신들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합리화하고 이해하는지 궁금해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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