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필요는 없지, 돈이 안 되니까 밑줄긋기

가장 오래된 논의 가운데 하나가 아프리카의 북부 또는 서부에서 있었던 침묵 거래silent trade에 대해 헤로도토스가 쓴 글이다. 나중에여행자들이 이와 비슷한 기록을 남겼는데, 원거리 무역 상인들은 도시나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지역에서 거래할 때 자기들이 잘 아는 교역 장소로 거래할 상품을 가지고 간다. 상품을 거기에 놔두고 떠난다. 그러면 이번에는 그 지역 상인들이 나타나서 자기들이 교환할 상품들을 거기에 놔두고 마찬가지로 떠난다. 첫 번째 상인들이 돌아와서 지역 상인들이 두고 간 상품을 보고 값을 매긴다. 자기들의 상품과 바꿀 만하다고 생각하면 지역 상인들이 두고 간 상품을 가지고 간다. 바꿀 만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자기들이 가져온 상품의 양을 조금 줄이고 다시 떠나서 상대편이 어떻게 나오는지 침묵의 반응을 기다린다.
35쪽

헤로도토스의 책을 읽는 것을 더 미뤄선 안될 것 같다.

낙타는 짐을 나르는 동물 가운데 가장 쓸모가 있으며 대부분의 환경에서 짐수레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내는 동물이다. 낙타는 오랫동안 물을 먹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사막 여행에 반드시 필요한 동물이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낙타의 우수성은, 늘 교역의 장애가 되기는 했지만 유목민 침입자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사하라 사막을 통해 가장 값싸게 상품을 나를 수 있다는 점에 있었다.
50쪽

낙타가 있어서 사막 무역이 나타난 것이 아니고, 사막이 있어서 낙타를 발견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난 어렸을 때, 사실은 상당히 나이를 먹은 후에도 왜 굳이 어려움을 감수하고 사막을 횡단해야 하는가 궁금했는데, 사람의 참을성에 지불하는 비용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사실을 지금 깨닫는다.

(전략)이보다 앞선 시기에는 해상 무역을 하는 상인들이 내륙으로 가는 무역에 관심이 없었거나 능력이 없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 아마도 먼 내륙 지역의 상품들이 해안에서 운송비를 부담하고도 이익을 남길 정도로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없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더 맞을 것 같다. --- 또는 반대로 인도양을 건너온 상품들이 먼 내륙 지역에서 경쟁력 있게 팔리지 못했을 수도 있다.
60쪽

즉 돈이 안되는 것이다.

프레더릭 레인Frederick Lane은 여러 편의 중요한 논문에서 보호의 경제적 기능과 보호 비용의 관계를 강조했다. 이 관계는 중세 지중해 연안의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되었지만 그것의 타당성은 적용 범위가 훨씬 넓다. 레인은 모든 생산 기업이 기본으로 지출하는 비용 가운데 하나가 폭력으로 빼앗기거나 피해를 입지 않으려고 지불하는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근대의 서구 역사에서도 국가는'법과 질서'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오늘날 우리는 이 비용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일반 세금으로 지불하기 때문에 역사가들도 이 비용 항목을 지나치기 쉽다. 우리는 겨우 보험료와 야간 경비원의 임금 정도만 보호 비용으로 지출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마다 보호 비용은 여러 가지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로 장사를 나가는 무역 상인들은 자신들의 대상 조직을 무장할 수도 있고 교역로 중간 중간에 있는 다른 나라의 지배자들에게 다양한 통행료와 관세를 지불할 수도 있다. 도중에 자신들을 공격할지도 모르는 세력들에게 미리 지불하는 '보호' 비용도 경제적으로는 같은 기능을 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보호 비용이 상대방에게 수동적으로 대항하는 방패막이 구실을 하든 자신들의 상품을 강탈하는 자들과 맞서 싸우든 둘 사이에는 아무 차이도 없다. 그런데 한편 자체적으로 군사력을 보유한 상인들이 공공연하게 사용했던 교역 방식 가운데 하나가 무역보다는 약탈을 하거나 무역과 약탈을 상황에 따라 번갈아 가며 했다는 것은 주의를 요하는 대목이다.
보호 비용의 지불 형태는 어느 쪽이든 --- 넌지시 암시하는 형태이든 공공연하게 강압하는 형태이든 --- 장사를 하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정상 비용이었다. (하략)
83~84쪽

결과적으로 이 보호 비용은 상인의 장부에는 남아 있고, 이 비용을 포함한 물건을 내가 사게 되는 것이지만, 이 지출이 정상적인 비용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지금 상황에 비추어 본다면, 해적질은 운송비용의 증가를 필연적으로 불러오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매우 당연하게 쓰는 내용들을 나는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새롭게 느끼고 있다. 새로운 내용이 가득해서 읽어 내려가기 힘들다.


2.
책감상 블로그를 자처하고 있지만 죽은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나는 생존을 앞서는 욕구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냥 고인의 명복을 빈다. 난 어렸을 적 권정생의 '말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표현에서 받은 충격을 잊지 않았다. 내게 있어서 어떤 고결한 의미보다도 생존이 중요한 문제다. 남은 분들도 어떻게든 살아 남으시라. 살아 있는 동안에는 아무리 늦어도 무엇인가 할 수 있다. 죽은 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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