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이 책이 나오자마자 정보를 접했지만, 이제서야 읽을 시간을 내었습니다. 오랜만에 언제 읽어도 상관없는 책을 읽었네요.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생겨서 읽었다면, 그때가 바로 적합한 때입니다. 너무 늦었거나, 너무 이른 때가 없는 책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간단한 조건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책이 많죠.

이 책은 도서관에 살았던 고양이 한 마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고양이와 관련된 스펜서라는 미국의 작은 도시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고, 제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 외에도 잠시간 맡았던 고양이나 새 가족을 만나기 전까지 잠시 머물렀던 고양이까지 포함해 상당히 많은 고양이를 만나왔어요. 경험상 고양이들도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집 첫째 고양이는 날 엄마로 취급하여, 때로 무례한 요구를 아주 당당하게 하기도 하는 건방진 고양이입니다. 하지만 자존심 강하고, 나를 정말로 곤란하게 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둘째 고양이는 자기가 얼마나 멋있게 생겼는지 아는 고양이예요. 하지만 자기가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라는 고양이이기 때문에 좋아해주길 바라는 녀석이지요. 셋째 고양이는 아무래도 좋아요. 사람이랑 같이 있는게 정말정말 좋대요. 그 밖에도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엄청 애를 썼던 지나간 고양이나, 상처입은 채로 우리집까지 와서는 도와달라고 부탁하던 고양이도 있었고요.

고양이를 너무 의인화할 필요까진 없을거예요. 중요한 건 사람만큼 복잡하진 않을지라도 저 나름의 생각이 있고, 자기가 무얼 좋아하고, 무얼 해야 하는지 잘 안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것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거죠.

이 책이 가치 있는 건, 듀이라서가 아니라, 스펜서의 이야기라서입니다. 듀이와 함께한 비키 마이런(저자)과 도서관의 직원들, 스펜서 사람들. 듀이를 듀이로서 인정해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듀이가 듀이로 남을 수 있었던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이 이야기가 담고 있는 도서관과 그 주변의 이야기가 저를 편하게 해 주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동네이지만 문득, 빔 벤더스의 《돈 컴 노킹》이 다시 보고 싶더군요. 제가 생각하는 미국의 작은 도시에 대한 이미지는 이 영화에서 빌려온 것이거든요.

최근 책을 선택하는 눈이 흐려졌는지 저랑 맞지 않는 책들만 잔뜩 읽고 있어서 피곤했어요. 오랜만에 편히 읽은 이야기라 좋았습니다.

덧글

  • 흐스흐 2011/01/24 19:23 # 답글

    사람 냄새가 나는 따뜻한 책이라 좋더라. 뭔가 읽고 싶은데 다른 책은 너무 부담스러울 때 집어서 중간 아무데서나 펼치고 읽어도 기분 좋은게 좋음.
  • sirocco 2011/01/26 13:49 #

    응. 서평 중에는 사람 이야기보다는 고양이 이야기를 보려고 샀는데 저자의 가족사나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별로였다는 사람도 있는데 사람이 고양이와 20년 가까이 산다는 건 결국 그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안할 수 없지. 저자도 인생이 진짜 기구한 스타일인데, 전혀 자기를 동정하지 않고 그 정도의 시련은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이겨 내려고 애쓰는게 정말 보기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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