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찬란한 태양

뭐 어떤 이야기일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산 책은 아니예요. 지금쯤 읽을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정도였던 것 같아요. 물론 50% 할인 중이기도 했구요.

아랍어과 학생들이 처음에 자주 듣는 이야기는 الله를 '알라신'으로 번역하는 나쁜 습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allah는 아랍어 보통 명사로 그냥 god이라는 단어거든요. 이걸 신으로 번역을 하든가, 알라로 번역해야 하는데 굳이 '알라신'으로 번역하는 건 잘못이라는 이야기죠. 이슬람 역시 유일신을 믿는 종교인데, 마치 사막 잡신을 믿는 사이비 종교 취급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구요. 이게 듣고 보면 맞는 이야기라 너무너무 신경이 쓰이는 거예요.

그 밖에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직접 아랍을 다녀온 것도 아니고 하다보니까요. 아프간은 특히 원리주의와 자본주의, 공산주의의 첨예한 대립이 있었던 곳이라는 정도만 알죠. 우리가 흔히 착각하는 것은 현대로의 이행이라는 싸움은 20세기 초까지는 끝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것, 그러니까 아직도 우리가 생각하는 '현대'로 가기 위한 싸움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자체가 믿을 수 없을만큼 촌스럽고 후진적으로 느껴지는 점이 있죠.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흐르는 것이 아니고 때때로 시간은 거꾸로 흐르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앞으로 간 시간을 뒤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죠. 힘들게 전진시킨 시계바늘이 되돌아가는 것은 어쩌면 순식간이기도 해요.

이 이야기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시간은 흘러갔고,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 시간을 돌리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자들을 원리주의자라고 부르죠. 그리고 쓸모없는 주도권 싸움과 탐욕을 덮기 위해 이용 당하는 신과 조상의 이름. 이럴 때면 다시 한 번 제프리 버튼 러셀의 말이 떠오릅니다. "악이 취하는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이데올로기이지만, 그 형태의 배후에 숨겨진 악은 이데올로기와는 관계가 없다."

세상에는 이런 고통을 받으며 사는 여자들이 얼마든지 있고, 우리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닿지도 않는 응원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힘듭니다. 괴로워요. 무엇인가를 반드시 전해 주고 싶어요. 당신들의 고통 후에 얼마나 많이 시간이 필요하다 할지라도 결국은 그 때가 오리라 믿고 있다고 적어도 그것만이라도 전하고 싶어요.

요즘 읽는 이야기는 모두 괴로운 것 투성이로군요. 다음엔 조금 편한 이야기를 찾아 봐야겠어요.


ps. 저자의 후기는 2010년에 덧붙여졌고, 저자는 잘못된 번역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이 책은 15쇄나 팔렸음에도 판이 갈리지 않고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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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그림자 : 기다림 2011-03-16 00:21:51 #

    ... 하진은 중국인이지만 소설은 중국어로 써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이 책도 물론 영어 소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하게 중국을 그리고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천 개의 찬란한 태양》도 그랬지요. 평소 읽어보지 못한 스타일의 책인지라 신선했습니다. 추천해요. ... more

  • 책 그림자 : Stand by me 2011-06-10 19:51:21 #

    ... 도저히 책을 읽을 기분이 아니지만, 다른 모든 것들 역시 할 기분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책을 읽는다. 최근에는 《어둠의 왼손》을 읽었으며, 지금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고 있다.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도 읽고 있다. 원래는 《경제성장이 안되면…》을 읽고 있었는데 오늘 집에 두고 와서 새 책을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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