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는 ‘행복’에 대한 책이라고 소개 받았다. 그러나 이 책을 아무리 읽어봐도 어떻게 하면 행복해진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이 책은 우리가 예상한 행복과 실제 행복 간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책의 말미를 읽으면서 행복이라는 단어는 서양인과 동양인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동양인에게 행복이라는 단어는 현재적인 가치다. 장래에 있을 만족감보다는 지금 현재의 만족과 평안을 표현하기 위해 더 많이 사용한다. 미래 시점의 행복을 말할 때 幸福의 의미는 급속히 축소되고 비구체적인 긍정적인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 된다. 행복은 누리고, 느끼고, 젖는 것이다.

서양인은 어떨까? 그쪽 문화권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Happiness는 추구되는 미래 가치에 훨씬 가깝게 보인다. 우리가 동화에서 흔히 듣는 “그들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관용구 역시 서양의 동화에서 유래되지 않았던가? 네이버가 제시하는 35개의 행복과 관련된 숙어를 보아도 인류의 행복, 최상의 행복, 행복을 빌고, 행복을 꿈꾼다. 이들이 말하는 행복은 현재의 감정 상태라기보다는 추구해야 할 어떤 상태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기에 저자가 가지는 의문 “우리는 왜 생각했던 것보다 행복하지 않을까?”하는 질문이 성립한다. 하지만 현재 상태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에 더 익숙한 나로서는 미래에 기대했던 것보다 행복하지 못한 것은 있을 수 있는 일로 여겨지는 것이다. 즉, 이 질문 자체에 그다지 동의하기 힘들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다루는 다양한 연구 사례들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지금 왜 이 실험을 인용하고 있는 거지?” 하는 의문이 자꾸 생겨났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인간이 행복을 예측하면서 생기는 맹점들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면 인간은 행복해지는가? 그런 질문에 대한 답변도 저자는 하지 못하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쓰고 싶은 것은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과정과 그 맹점에 대한 것이지 “행복의 지도를 다시 그리는 것”은 아니다. 이 책 표지에 적혀 있는 광고 문구를 믿고 이 책을 읽어 봐도 행복의 지도를 어떻게 다시 그리라는 것인지는 당최 알 수가 없다.

또한 이 책에서 재미있게 다뤄진 다양한 실험 사례들은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과 《루시퍼 이펙트》 등 다른 심리학 책에서 이미 읽어 버렸기 때문에 덜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겐 그냥 보통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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